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검은 사제들

* 본 글에는 아주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*


영화를 가장 재미있게 보는 방법은? 기대 없이 보는 것이다.
(이 법칙을 통해서 내 인생에서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는 '살인의 추억'이다.)
이번 검은사제들 역시 기대 안하고 봐서 재미있게는 봤다.
하지만 기대를 하고 봤다면 어땠을까?

이 영화를 보고 싶은 마음은 딱히 없었다. 퇴마류의 스토리는 내가 좋아하는것도 아니거니와, 지금 여러 사람들이 이 영화에 대해 회의적인 그 시선 '퇴마는 서양물이 제맛이지'도 나에게 익히 깔려 있었다. 딱히 퇴마영화를 재미있게 본 적도 없었던 것 같다. 그나마 기억에 남는 영화가 콘스탄틴 정도...
이번 영화를 보러 갈때도 동행자의 강력한 의지가 없었다면 안봤을 것이다.

A : 나 요즘 이 영화 보러 갈 생각에 잠도 못 자고 있어. 밤마다 OST를 듣는데 너무 좋아.
나 : OST가 음산해?
A : 아니. 그레고리오 성가를 부르는 강동원의 목소리때문에. 듣고 있으면 성령이 충만 해져서 잠을 못 자는거 같어.

...결국 A가 예매도 하고 보러 가자고 징징도 대고 해서 보러가게 된 것이다.

이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군더더기가 없다
꼭 이런 영화는 앞에 떡밥 풀고 나중에 그걸 끼워 맞추고 한다고 정신산만해지기 쉬운데, 그런거 없다. 일도양단(一刀兩斷) 바로 그자세다.
소녀 몸에 악마가 들어왔다. 그러므로 악마를 죽여야한다. 그 집중력 하나로 110분을 끌고 간다. 몰입을 끄는 수준이 장난 아니다.
아마 단편영화 12인의 보조사제로 부터 출발했기 때문에 그런 몰입력을 유지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.
같이 동행한 A의 말에 따르면 이 영화에도 은근 떡밥은 있는데 딱히 몰라도 된다. 보는데 지장없다. (강동원이 마지막에 탔던 택시 번호라던가)

이 영화에서 괜찮았던 사실 두번째. 오묘한 한국적 요소들
구마하는 장소부터 한국적(?)이다. 허름한 여관방. 게다가 무당이 실패해서 신부가 들어간다라니 ㅎㅎㅎ. 솔직히 그 장면 나왔을때 속으로 많이 웃었다.서로의 방식을 배려하는 자세랄까. 그러면서 정보교류도 하는 모습이 나에게는 꽤나 보기 좋은 모습이었다. (친구 왈 - 근데 그 무당도 뱀을 맞췄다)
게다가 고기집에 돼지 데리고 가는 장면 같은건 한국 밖에 나올수 없는 장면이지 않겠는가? 인간적으로 삼겹살 집에 돼지는 좀 너무했다만 ㅎㅎㅎ

하지만, 이런 한국적 요소들이 영화 집중을 막는 장면도 좀 있었다.
특히 성서 구절을 인용해서 대화할때는... 아 뭔가 저기서는 이태리어가 나와야 할것 같은데... 하는 아쉬움 정도는 약간 있었다.

미스테리 호러 스릴러물을 가장한 킬링타임 영화.
혹시나 이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면, 자기전에 꼭 강동원의 그레고리오 성가를 들으며 성스러워 지는 밤이 되시길 바래본다.

점수는 10점 만점에 8.3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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